먹을것 안사먹고, 입을것 안사입고..가계 '슬픈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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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것 안사먹고, 입을것 안사입고..가계 '슬픈 흑자'
경향신문 오창민 기자 입력 2013.11.22 13:48 수정 2013.11.22 15:06
올 7~9월 가계 흑자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자 가구 비중도 줄었다. 그러나 이는 소득 증가 덕분이 아니라 식료품과 신발, 담배 소비까지 줄이는 등 가족 구성원 전체가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2일 통계청의 '2013년 3분기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3분기중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26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1분기(1.7%), 2분기(2.5%)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가계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3.3%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금리 하락으로 정기예금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재산소득은 1년전보다 12.7% 줄었다.
가계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249만4000원으로 1.1%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0.1%이다.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먹을거리 구입마저 줄였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이 월평균 37만3300원으로 지난해보다 2.5% 줄었다. 담배 지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줄었다. 혼례 및 장례 등 기타서비스 비용은 19.9%, 상품오락·문화 지출도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통신비와 신발 구입 비용 등도 각각 1.3%와 3.4% 줄었다.
지출이 늘어난 분야는 주거·수도·광열(6.4%)과 교통(3.4%) 등이었다. 전세값과 공공요금이 오른 탓에 지출 금액이 증가한 것이다. 세금(5.5%)·연금(4.1%)·사회보험료(5.1%) 지출도 늘었고, 병원 입원비 등 보건비 지출도 3.6% 늘었다. 교육비 지출은 0.7% 증가에 그쳤다.
삶의 질은 크게 떨어졌지만 가계의 재정상태는 개선됐다. 가계의 불황형 흑자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가계흑자액은 전년동기대비 8.6% 증가한 95만9000원을 기록했다. 2003년 통계청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흑자율 역시 27.8%로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적자가구 비중은 1년전보다 1.3%포인트 하락한 23.3%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극화는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3분기 동안 0.9% 증가한 반면 소득 상위 20%는 2.3% 늘었다. 근로소득은 유일하게 하위 20%만 4.3% 줄었다. 그 결과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5.05배를 나타냈다. 지난해 3분기(4.98배)보다 격차가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오상우 기획재정부 경쟁력전략과장은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기 회복세를 이어나가 서민·중산층의 가계소득과 소비심리를 지속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