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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 고용보험 혜택 최대한 활용하라(출처:Weekly경향)

이상훈 고양 2008. 12. 9. 07:11

실직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서울 한복판 종로 거리에서 한 중년 남성이 무거운 짐을 베고 쓰러진 듯 잠을 자고 있다. <강윤중 기자>

 

 

 

 

 

 

 

 

 

 

 

 

 

 

 

 

 

 

 

 

 

 

금융위기 한파가 실물경제까지 얼어붙게 만들면서 실업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와 금융계가 긴축경영에 돌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건설업계와 조선업계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실직 한파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직장을 잃은 근로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월급명세서에서 꼬박꼬박 보험료가 빠져나간 고용보험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일단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전국 46개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해 실업급여를 신청해야 한다. 지자체의 복지 프로그램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실직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용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실업급여는 실직 근로자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안전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직장을 찾을 때까지 일정한 생계비를 지원받으면서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는 것도 가능하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들고 실업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는 고용지원센터에 구직 신청 및 수급 자격 인정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끝난다. 고용지원센터는 수급 자격 인정 여부를 14일 이내에 신청자에게 통고한다. 수급 자격을 인정받으면 1~4주 이내에 고용지원센터에 출석해야 한다.

 

실업급여는 180일 이상 고용보험료를 낸 근로자가 회사 경영상의 사정으로 해고됐을 때 받을 수 있다. 다만 육아 문제로 그만두었다면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회사를 옮기기 위해 그만둔 경우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에 대해서만 지급하지만, 1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사실상 모든 기업체에 적용된다.

 

재취업 훈련 수강료도 지원 고용 형태와 상관 없이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건설 현장 일용직이든 모두 대상이 된다. 다만 영세사업장들은 고용보험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미신고 사업장이 나오지 않도록 근로복지공단이 정기적으로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다르다. 고용보험료를 낸 기간이 1년 미만일 때는 연령과 상관없이 90일 동안 급여를 받는다.

 

1년 이상 3년 미만 가입자는 나이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진다. 30세 미만은 90일, 30세 이상 50세 미만은 120일, 50세 이상이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은 150일 동안 받을 수 있다. 3년 이상 5년 미만 가입자라면 수령 기간이 각기 120일, 150일, 180일로 늘어난다. 5년 이상 10년 미만인 경우는 150일, 180일, 210일로 늘어난다.

 

받을 수 있는 돈은 퇴직 전 평균 임금의 50%다. 하지만 최고 한도액이 하루 4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실직하기 전에 아무리 월급을 많이 받았더라도 한 달 최고 120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업급여는 1~4주일에 한 번씩 통장으로 입금된다.

 

실업급여를 신청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실업급여가 단순한 보험과 달리 재취업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윤정진 팀장은 “실업급여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재취업을 유도하는 것인데, 단순히 보험료를 탈 수 있는 것으로만 알고 왔다가 놀라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재취업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적극적 구직활동이란 취업을 위한 노력 또는 취업 훈련을 받는 것을 뜻한다. 수급 자격을 인정받은 근로자는 재취업 활동 계획서를 작성하는데, 수급자는 이후 입사원서 제출, 면접 참가, 자영업 준비 등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직업안정기관에서 직업훈련 교육을 받았다는 참가증을 제출해야 실업급여를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취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시작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실업급여는 취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날까지 계산해서 지급하고, 남아 있는 기간에 대해서는 ‘조기 재취업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전환하여 지급받던 금액의 절반 또는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 달 안에 일시불로 지급한다. 그러니 취업이 확정되거나 자영업을 하더라도 남아 있는 급여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영업자는 실업급여 대상 제외 재취업하기 위해 직업훈련기관에서 훈련을 받을 경우 수강료는 따로 낼 필요가 없다. 고용보험에서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 때문이다. 훈련을 받을 때는 매달 교통비와 식비를 포함해 11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직업훈련기관 내용은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정보망(www.hrd.go.kr)에 들어가면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다. 분야는 요리, 제빵, 미용부터 자동차정비, 도배, 타일, 프로그래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고용지원센터에서 짜놓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해 취업훈련을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지역에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광주나 대구 지역의 실직 근로자라면 노동부가 실시하는 직업능력개발계좌제를 이용할 수 있다. 직업능력개발계좌제는 구직자에게 일정한 훈련 비용을 지원해 자신이 원하는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의 장점은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기관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 종합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해 훈련 상담을 거친 다음 훈련계획서를 제출하면 연간 200만 원을 지원하는 신용카드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교통비와 식비를 제공하지만 무분별한 이용을 막기 위해 훈련 비용의 2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9월부터 시작한 이 제도는 올해 광주와 대구에서 시범 실시한 후 내년부터는 시범 실시 예정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때문에 눈여겨볼 만하다.

 

실직 가장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잘 활용하면 혜택을 얻을 수 있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자영업자는 대상이 아닌데다 임금 근로자도 고용보험 적용률이 낮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 비중은 2000년 이후 50%선에서 머물다가 지난해 들어서야 55% 수준에 도달했다.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가입률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희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보험 가입률이 점차 증가하고는 있지만 비정규직 가입률은 25%에 불과해 정규직과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고용지원센터가 지원하는 취업알선과 직업훈련의 실효성도 좀 더 보완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 연구위원은 “고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