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2009년 국제수지 흑자, 최소 3백억 달러
예측] 2009년 국제수지 흑자, 최소 3백억 달러
- 출처 : 21세기 경제학 연구소
지난 11월 27일 한국은행은 ‘국제수지 동향’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읽어내고 장래까지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통계들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10월 중 경상수지 흑자가 49.1억 달러로서(상품수지 27.9억 달러, 소득수지 14.1억 달러)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올해 초부터 악화되었던 국제수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는, 자본수지가 255.6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 금융기관의 차입금 상환이 무려 262.5억 달러에 달했고, 이것이 자본수지 적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사실은 환율 급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대규모 자금을 회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급상승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환율상승이 외국자본의 이탈을 불렀고, 이것이 다시 환율상승을 부른 꼴이었다.
셋째는, 파생금융상품 수지의 누적적자가 무려 92.6억 달러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환율상승이 KIKO 등 파생금융상품의 손실을 이처럼 엄청난 크기로 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와 같은 사실들에 비춰보면, 외환위기설을 제기했던 자들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쳤는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닥쳐올 사태이다.
결론부터 먼저 밝히자면, 2009년도 국제수지(경상수지)는 최소한 3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것 같다. 석유, 석탄, 가스 등 에너지자원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까지 에너지자원 수입액은 석유 768.6억 달러를 포함하여 총 1,2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의 도입가격은 10월까지 평균 107.4달러/배럴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석유의 대표 유종인 DUBAI의 가격은 11월 26일에 44.2달러까지 떨어졌다.
27일에는 47.2달러로 다소 상승했지만, 내년에는 30달러 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더 크다). 그거야 어떻던 내년 석유 도입가격은 올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 거의 확실하고, 석탄이나 가스 등의 다른 에너지 자원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경기부진으로 그 수요량마저 줄어들 것이 빤하다. 그렇다면 내년 에너지 자원의 수입액은 올해보다 최소 8백억 달러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국제수지가 그만큼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설령 수출이 15% 이상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즉 수출액이 5백억 달러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국제수지(경상수지)는 3백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만약 경기부진으로 수입 총액이 크게 줄어든다면, 1998년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404억 달러의 흑자도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수지가 이처럼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면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먼저 벌어질 일은 환율의 하락이다. 만약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면, 외국자본들은 환차익을 노리고 물밀듯이 국내에 밀려들 것이 빤하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환율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통화에 대해서 너무 크게 올랐다. 11월 24일 환율을 기준으로, 세계 금융위기의 발상지이자 매우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서는 60% 이상 올랐고, 엔화에 대해서는 무려 90% 이상 올랐다. 심지어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통화에 대해서조차 아래 표에서 보듯이 20~30%나 올랐다. 한 마디로, 국제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지 않더라도 환율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외환위기 국가 및 가능 국가에 대한 우리 환율 상승률(11월 24일/2007년말)
구분 |
헝가리 |
폴란드 |
파키스탄 |
터키 |
호주 |
인도 |
우리나라 환율 상승률 |
31.4 |
28.2 |
25.1 |
20.6 |
16.4 |
26.4 |
국제수지 대 GDP 비중 |
-5.5 |
-5.6 |
-6.2 |
-7.1 |
-5.4 |
-3.2 |
자료 : 외환은행, The Economist 11월22일자
더욱이, 그동안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이익을 남겼지 않았는가. 주식투자를 목적으로 들여온 외국투자액은 지금까지 총 252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외국인이 보유한 우리 주식의 시가총액은 2007년에 연평균 3,500억 달러에 달했었다. 이렇게 큰돈을 벌어준 나라를 외국자본들이 외면할 리가 없다. 아니, 지금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대규모를 기록하고, 이에 따라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규모의 외국자본이 국내에 밀려들 것이 빤하다. 그러면 자본수지까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이고, 환율은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연구소가 장차 환율이 800원 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해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만약 환율이 800원 대로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여러분과 정책당국의 상상에 맡기고자 한다. 정책당국이 지금부터 미리 대책을 마련해둬야 하겠지만, 이것은 무망한 일인 것 같다. 더 이상 정책실패를 거듭하지 않고, 더 이상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래야만 내년의 대규모 국제수지 흑자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