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카고팬츠 입고 스팀 청소기 쓰고 클로렐라 먹고

이상훈 고양 2005. 12. 30. 17:44
카고팬츠 입고 스팀 청소기 쓰고 클로렐라 먹고

올해에도 많은 신제품이 명멸했다. 시대적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읽고 제품력을 갖춘 상품은 올해에도 히트상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히트상품의 키워드는 ‘웰빙’ ‘레저’ ‘프리미엄급’ ‘가치소비형 문화’ ‘스피드’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웰빙 열풍이 이어졌고,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여유로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백화점, 할인점, 온라인 쇼핑몰 등 업태에 따라 히트상품은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였지만 히트한 상품들에는 다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넷 쇼핑몰 옥션(www.auction. co.kr)에서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카고팬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 그대로 화물선 승무원의 작업복에서 유래한 것으로, 양 옆에 덮개 있는 호주머니가 붙어 있는 제품이다. 일명 ‘건빵바지’로 불린다. 지난 1월부터 11월 말까지 23만7000장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옥션 측은 온라인 쇼핑을 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캐주얼 의류 판매가 강세를 보이면서 카고팬츠가 10~20대뿐 아니라 30대 소비자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2위는 15만5000개가 팔린 수공예 주얼리, 3위는 8만4000대가 팔린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차지했다. 올 봄·여름에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자유로운 보헤미안 스타일의 ‘티어드 스커트’(층층치마)가 4위를 차지했고 클로렐라, 파우더 팩트, 난방 금매트, 벨벳 재킷, 만보기, 모유 수유패드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털부츠, 스팀청소기, 기능성 베개, 새싹재배기, 디지털 도어록, 러닝머신, 발 마사지기 등이 20위권에 들었다.

이들 히트상품을 보면 올해는 웰빙 트렌드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자리를 잡았음을 알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걷고 뛰는 운동’을 하기 위한 러닝머신, 만보기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운동용품뿐 아니라 생활용품, 가전제품까지 웰빙 트렌드가 반영됐다. 발 마사지기가 히트상품 리스트에 올랐고, 숙면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인식 때문에 메모리폼 소재 등 기능성 베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중소기업 아이디어상품인 스팀청소기는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환경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제품으로 인터넷 쇼핑몰뿐 아니라 TV홈쇼핑 등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얻어 히트상품 상위 순위에 랭크됐다.

새싹재배기는 가치소비형 문화가 ‘DIY(Do It Yourself)’ 라이프 스타일과 결합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히트상품이다. 집에서 웰빙식품인 새싹을 재배할 수 있어 먹거리 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수경재배로 교육적 효과까지 가능하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디지털 도어록의 경우 자가 설치가 가능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선까지 내려와 작년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폭발적 판매신장을 보였다.

패션 관련 상품이 대거 인터넷 쇼핑몰의 히트상품 상위랭킹을 차지한 것은 인터넷이 발빠른 패션 경향을 반영하고 공유하는 매개체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자연주의’와 ‘보헤미안 룩’ ‘러시안 룩’ 등의 패션 키워드를 반영하는 제품이 인기상품 목록에 올랐다. 자유로운 보헤미안 스타일의 티어드 스커트는 올 봄·여름 폭발적 인기를 누렸고, 보헤미안 룩과 잘 어울리는 나무나 플라스틱 등의 가벼운 소재와 아프리카 또는 인디언 스타일의 수공예 주얼리는 한 해 내내 인기를 얻었다. 가을·겨울 들어서는 벨벳, 퍼(fur) 등 따뜻해보이는 소재를 활용하는 러시안 무드의 영향으로 벨벳 재킷과 모피를 부분적으로 활용한 퍼트리밍(fur trimming) 코트, 털부츠가 인기를 모았다.

초스피드 화장을 즐기는 신세대 여성의 요구를 겨냥, 파운데이션과 파우더 기능을 결합시킨 파우더 팩트 역시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가전부문에서도 주5일 근무제의 영향으로 컬러풀한 아웃도어형 디지털가전 제품이 인기를 얻었다. 레저용 클립이 달린 아이리버 T10 MP3와 콤팩트한 디자인에 다채로운 색상을 도입한 소니 사이버샷 T(thin) 시리즈는 휴대가 간편할 뿐 아니라 아웃도어형 패션과 잘 어울려 사랑을 받았다.

할인점

이마트가 뽑은 10대 히트상품에는 할인점의 특성상 하나의 제품에 여러 기능을 담은 멀티형 등 실용적인 제품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또 웰빙을 넘어, 유기농, 천연소재, 수제(手製) 등 안전지향적 식품이 인기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 산양분유 유아식은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과 지방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홍보가 먹혀들었다. 분유가 잘 맞지 않거나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는 유아가 늘어나고 주부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백설 압착 올리브유 역시 웰빙·건강 지향 선호에 따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일반 콩이나 옥수수를 원재료로 한 식용유 매출이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현재는 올리브유보다 좀더 가격이 비싼 포도씨유까지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 아벤트코리아의 유아 유기농 물티슈는 산양분유처럼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유아 관련 상품의 고급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일회용 상품도 건강을 생각해 유기농 재료로 만든 제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제품은 모두 소비자의 안전지향적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휴대용 멀티플 게임기인 PSP밸류팩은 게임, 동영상, MP3를 한데 묶은 제품이다. 올해는 이같은 디지털 융합 복합가전이 인기를 끌었다. LG 2in1(멀티) 에어컨 역시 실외기 하나에 에어컨 2대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일반 스탠드형보다 가격은 30만~40만원 정도 더 비싸지만, 아파트 평수는 점점 커지지만 방마다 에어컨을 추가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어필해 인기를 끌었다. 단품 에어컨 두 대를 사용하는 것보다 전기료가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같은 멀티플레이어들은 실속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잘 맞췄다.

이밖에 매일 ESL우유는 첨단무균화 공정인 ESL시스템을 도입한 1등급 원유라는 점이 호응을 얻어 검은콩 우유의 인기를 잠재웠다. 코카콜라 미닛메이드 오렌지는 100% 오렌지 과즙으로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좋으며, 맛은 부드러우면서도 가격은 기존 오렌지주스보다 저렴해 이마트 과실 주스 중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테크 드럼 전용 세탁세제는 드럼세탁기 보급률 확대에 따라 수혜를 입었고, 클린앤클리어 A 클리어링 클렌저는 여성은 물론 비누로 세안하던 남성조차 세안용을 구분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었고, 불스원샷은 고유가 시대에 엔진효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고조되면서 매출이 급상승했다.

TV홈쇼핑

올해 GS홈쇼핑(www.gseshop.co.kr)의 최고 히트상품은 30만개 이상을 판매하며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한경희 스팀청소기’다. 지난해 1위였던 ‘김영애 황토솔림욕’을 근소한 차로 따돌리며 출시 5년 만에 홈쇼핑 최고의 상품에 등극한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걸레질 좀 안하고 살 수 없을까’라는 한 주부의 고민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서구의 카펫 생활에 맞게 만들어진 기존의 스팀청소기와 달리, 대걸레 형태에 고온의 스팀이 초극세사 패드를 통과하면서 바닥의 묵은 때를 불린 후 닦아내는 한국형 스팀청소기다. 입식 걸레질 방식으로 매우 편리한 데다 스팀을 사용하면 청소 후 물기도 남지 않고 살균 효과도 있어 주부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히트상품 4위에 오른 ‘홈파워블루 스팀청소기’ 수량까지 합치면 스팀청소기는 올해 50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그야말로 TV홈쇼핑 업계를 스팀으로 달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 7월과 8월, 누적 판매 100만개를 돌파하며 밀리언셀러의 대기록을 달성한 ‘밥고래 손질고등어’와 ‘김영애의 황토솔림욕’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각각 히트상품 3위와 2위에 오르며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켰다. 2위에 오른 ‘김영애의 황토솔림욕’은 인기 연예인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김영애씨가 전북 정읍의 황토를 원료로 우리 여성의 피부에 맞게 개발한 미용팩이다. 홈쇼핑 최단기간 밀리언셀러 등극, 가전을 제외한 단일 브랜드 최대 매출액 달성, 최단시간 최다판매 등 각종 진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작년에 차지했던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판매는 작년보다 20% 증가했다. 3위에 오른 ‘밥고래 손질고등어’는 머리, 꼬리, 뼈, 내장을 모두 제거해 음식물 쓰레기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인기 비결이다. 현재까지 총 104만세트, 마리 수로 3952만마리(1세트 평균 38마리)가 판매됐으니, 국민 1인당 0.82마리를 먹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주방 가전으로는 ‘쿠쿠’ ‘해피콜 주스믹’ ‘엔유씨 발효기’ 등이 각각 10만개 이상 판매되며 히트상품 7, 8, 9위에 올랐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다기능 주방가전이라는 것. 2004년 히트상품에 올랐던 ‘해피콜 주서기’ ‘도깨비 방망이’ 등이 단일기능 상품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쿠쿠’는 원래 전기밥솥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발아현미, 죽, 삼계탕뿐 아니라 각종 찜 요리도 할 수 있는 만능 조리기구로 업그레이드됐다. ‘해피콜 주스믹’은 2004년 히트 상품인 ‘해피콜 주서기’에 믹서기능이 추가된 상품이며, ‘엔유씨 다기능 발효기’는 속성 발효를 통해 집에서 간편하게 몸에 좋은 요구르트와 청국장, 발아현미 등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이다.

건강식품으로 유일하게 히트상품에 오른 ‘대상 클로렐라’는 올해 초에 불어온 글루코사민 열풍을 누르고 히트상품 5위를 차지했다. ‘대상 클로렐라’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5위 내에 드는 수출 유망 상품으로 산업자원부장관이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오르기도 했다.

백화점

패션 상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화점에서는 전반적인 히트상품을 선정하기에 난점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제품과 카테고리별로 올해의 히트상품 트렌드를 정리했다.

●부츠 | 올해는 여느 해와는 달리 늦여름부터 웨스턴 스타일의 부츠가 강세를 보였다. 패션에 불어닥친 보헤미안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티어드 스커트, 크롭트팬츠 등과 함께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겨울로 대표되는 부츠 시즌을 확 앞당겼다. 겨울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러시안풍의 유행으로 털 장식이 되어 있는 러시안풍 부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부츠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대비 20~30% 이상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벨벳 | 올해 초부터 벨벳 소재의 상품이 큰 인기를 얻었다. 여성의류는 물론이고 남성의류에서부터 침구, 소파 등에 이르기까지 벨벳 소재가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벨벳은 고급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을, 겨울로 들어서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다.

●메가숍(토털 브랜드) | 일명 메가숍으로 통하는 토털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가 높았다. 번거롭게 여러 곳을 돌아보지 않아도 한 곳에서 의류, 신발, 핸드백, 액세서리 등을 손쉽게 매치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많은 브랜드들이 토털화하고 있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의 영캐주얼 의류 브랜드 ‘매긴나잇브릿지’가 의류는 물론이고 액세서리, 생활용품, 플라워, 테이크아웃 음료 등을 한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매긴나잇브릿지 그린숍’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매장 배치에도 영향을 미쳐 의류 매장 부근에 함께 코디할 수 있는 핸드백, 구두, 액세서리 매장을 두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 백화점마다 다른 곳에는 없는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신선함을 앞세운 신진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들이 백화점에 속속 입점하고 있다. 기존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과는 달리 일반 브랜드와 가격 면에서 큰 부담이 없으면서 디자이너의 개성을 담은 상품이어서 인기를 얻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수 콤마 보니’(이보현), ‘더 슈’(이재민), ‘HYAANG(최정인)’ 등 구두 브랜드, ‘앤쥬반’(홍은주), ‘제너럴 아이디어’(최범석) 등 남성복, 강기옥, 박항치씨의 프리미엄 진 ‘Kiok Jeans’ ‘B&O Jean’ 등이 인기를 얻었다.

●에너지 절약 관련 쿨비즈(남성 캐주얼 셔츠), 웜비즈(카디건, 조끼) | 올해는 고유가로 에너지 절약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해다. 여름에는 냉방비를, 겨울에는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쿨비즈’ 관련 남성캐주얼셔츠와 ‘웜비즈’ 관련 카디건, 조끼가 남성의류의 패션 키워드로 떠올랐다.

●트레이닝복, 요가 패션 | 스포츠 의류에서는 일명 ‘추리닝 패션’이 10~20대뿐 아니라 30대 이상의 여성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스포츠 전문 브랜드 ‘아디다스’가 심판 복장을 토대로 디자인한 ‘저지 라인’의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주5일 근무제의 확대로 운동할 때의 편리함과 단순 명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평상시 다른 상의와 코디가 가능해진 것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여러 브랜드에서 요가 열풍에 편승한 편리함과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미된 상품을 대거 선보여 집 근처에서만 볼 수 있었던 ‘추리닝’을 도심에서도 볼 수 있게 됐던 한 해였다.

●생명공학 열풍 제대혈 서비스 | 백화점 업계 최초로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제대혈 보관 서비스가 줄기세포 등 생명공학이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건당 130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10~20건이 계약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출산율 저하 속에서 ‘적게 낳아 귀족처럼 키우겠다’는 마인드가 신세대 부모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인기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 이마트 10대 히트상품(순위는 없음)

●일동 산양분유 유아식 2단계

●백설 압착 올리브유 1리터

●매일 ESL우유

●코카콜라 미닛메이드 오렌지

●LG생활건강 테크 드럼 전용 세탁세제

●클린앤클리어 A 클리어링 클렌저

●PSP밸류팩

●불스원샷 500ml*2

●아벤트코리아 유아 유기농 물티슈

●LG 2in1(멀티) 에어컨

김덕한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duck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