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벼랑 끝에 서다<앵커멘트>
경기 침체로 서민 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만 하면 잘 될 줄 알았던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폐업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잉이란 지적까지 나오던 자영업자 6백만 명 시대도 8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경기 침체 뿐 아니라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게 있기 때문입니다. 벼랑 끝에 선 우리 자영업, 그 실태를 들어봤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소비자들이 옷과 액세서리 같은 데서부터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6백만 명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과 1월 두 달새 558만명까지 줄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종사자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가까운 30%대에 달합니다. 안 그래도 너무 많던 자영업자들이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능숙하게 스파게티를 만드는 주방장, 홍성오씨. 그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여러 가지 자영업에 도전했다가 3년 반 전 부인과 함께 이 스파게티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방장 생활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영업을 할수록 빚만 느는 상황을 견디다 못해가게 문을 닫기로 한 것입니다.
초보자도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란 말에 덜컥 시작했던 프랜차이즈 가게. 하지만 장사는 가맹점 본사의 말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2억 5천만 원 가까이 투자해서 시작한 사업은 3억 원에 가까운 빚만 남긴 채 문을 닫게 됐습니다.
안양 주택가에 자리 잡은 작은 가게. 원래 한 포장 갈비 배달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이었던 이곳은 지금 개점 휴업 상탭니다. 지난해 초 개업한지 채 6개월도 안 돼 본사가 소리 소문없이 연락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물류를 공급받던 업체에서 갈비만 납품받아 근근이 장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하소연할 곳조차 찾지 못한 부부는 가게가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궁여지책으로 햄버거를 같이 팔고 있습니다.
당장 닥친 생활고보다 부부를 더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믿었던 회사에 속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겁니다.
다음날, 문제의 체인점 본사가 있었다는 곳을 찾았습니다. 갈비 배달 체인점은 완전히 없어지고, 다른 브랜드의 체인점들이 가맹점을 모집 중입니다.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하는 사무실엔 아직도 문제의 갈비 배달 프랜차이즈 업체의 홍보 전단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문제의 업체에서 일하다가 퇴사했다는 직원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초보자에게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될 거라며 창업을 권했던 프랜차이즈업계, 하지만 이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면서 어렵게 자영업에 나선 사람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자영업 붕괴의 또 다른 원인은 없는 것일까? 부산의 한 재래시장 골목엔 점포 세를 놓는다는 전단을 붙여놓은 집들이 수두룩합니다.
무작정 창업했다가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망하는 집들이 그만큼 많단 얘깁니다. 이 시장에서 15년째 떡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한씨. 넉넉지는 않았지만 이 방앗간 덕에 두 아들을 다 키워냈습니다. 든든하게 자라난 아들들은 가업을 잇겠다며 아버지 일을 본격적으로 거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김 사장에겐 요즘 고민이 생겼습니다. 시장 입구에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수퍼마켓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김 사장을 포함한 시장 사람들이 상인회 사무실에 모였습니다. 시장 상인들이 힘을 모아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할 수퍼마켓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입니다.
시장 상인들은 요즘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일같이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깨에 띠를 두르고 삭발을 한 채 거리에 나서는 평생 안 해보던 일을 하는 건, 그만큼 자신들의 처지가 절박하단걸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어렵다는 시기, 동네 상권을 파고드는 대기업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삶을 벼랑으로 내모는 또 하나의 위협입니다. 중고 주방 가구들을 사고 파는 서울의 황학동 시장. 음식점 창업에 필요한 갖가지 물건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둘러보는 손님들만 있을 뿐 실제로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불황이 깊어진 요즘은 몇 달 전에 팔았던 주방용품들을 되 사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최근 한 경제연구원에선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행복지수가 ‘무직’과 비슷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그만큼 상당수 자영업자들의 삶이 팍팍하단 얘깁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창업이나 운영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는 서울 구로구의 소상공인지원센터. 지난해 말 남편이 직장을 잃었다는 이 주부도 연 2.5%의 낮은 이자로 창업 자금 일부를 빌릴 수 있다는 말에 이곳을 찾았습니다.
구로동에서 25년째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기씨. 김 씨도 시중 은행에선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단 말만 되풀이해 듣다가 결국 이곳 문을 두드렸습니다. 삶의 전부를 걸었던 가게가 그냥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불황, 분명한 건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란 겁니다. 이들이 지금의 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
'경제를 배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태인씨 강연 "한미FTA 협상 기회인가? 재앙인가?" 동영상 4편 (0) | 2009.04.17 |
---|---|
최진기의 생존 경제 ...[생존경제 2회] 불황 속 물가 불안, 왜? (0) | 2009.04.14 |
[김종인ㆍ전성인의 한국경제論] 한국경제 현안 < 하 > ... "더 이상 부동산은 구원투수가 될 수 없다" (0) | 2009.03.04 |
[김종인ㆍ전성인의 한국경제論] 한국경제의 진로<상> (0) | 2009.03.04 |
[김종인ㆍ전성인의 한국경제論]<2> 세계경제(하) (0) | 2009.03.04 |